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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맥주

전 인류에 걸친 맥주 사랑


우리의 모든 일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맥주. 기쁠 때, 되는 일이 없을 때, 비 오는 날, 집에서 뒹굴거리는 따분한 순간마저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 마시는 맥주 한잔은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고, 무더운 여름날 모여 앉아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비단 현대인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듯하다.

괴테는 “우리의 책은 쓰레기 더미. 위대하게 하는 건 맥주뿐.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고 말했으며, 셰익스피어는 “양조장의 맥주 한잔과 목숨의 보증만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명예 같은 건 버려도 괜찮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유명한 맥주 애호가로, 2012년 백악관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져 맥주 제조법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일도 있다. 이에 백악관은 전속 요리사의 설명과 함께 오바마가 즐겨 마시는 두 종류의 맥주 제조법을 공개했다. 이처럼 맥주는 시대를 뛰어넘어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은 어떻게 맥주의 성지가 되었나

맥주는 인류가 농경 생활을 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발효주로, 완벽한 자연식품이다. 방부제, 색소, 향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보리와 홉, 효모, 물로만 제조한다. 과거 ‘액체 빵’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맥주는 독일인들에게 식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강장제 음료였다. ‘맥주를 마시는 것은 좋은 식사를 하는 것과 같다’, ‘아주 고귀한 맥주는 와인의 기력과 빵의 힘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 실제로 뼈조직의 칼슘과 미네랄 함량을 높여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재 독일에는 1,300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다. 그리고 괴테가 즐긴 맥주를 여전히 생산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독일이 맥주의 아이콘이 된 이유는 바로 ‘독일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때문. 중세 시대에 뱀 껍질이나 시체의 손가락 같은 것을 넣고 맥주를 만들어 마신 사람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독일에서는 맥주에 첨가물을 넣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독일에선 홉, 보리(맥아), 물, 효모 이 네 가지 외에 다른 성분이 포함되면 ‘맥주’란 명칭을 쓸 수 없다.

반면 이웃 나라 벨기에에서 맥주가 발달한 이유는 ‘맥주 순수령’이 없기 때문이라고. 벨기에에서는 약초, 과일, 초콜릿, 커피, 향신료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실험적인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개성 강하고 독특한 맥주들이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엔 맥주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얼 마셔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100년의 역사가 담긴 병뚜껑


병뚜껑은 애초에 영국 여왕의 왕관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크라운(Crow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병뚜껑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스스로 ‘왕관 회사에 다닌다’고 칭하기도 했다. 사실 병뚜껑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맥주의 맛과 탄산을 확실하게 잡아주지 못하는 코르크 마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병뚜껑이 개발됐다. 병뚜껑이 톱니 모양인 이유는 맥주의 탄산과 내부의 압력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병과 꽉 맞물려 있게 하기 위해서다.

톱니의 개수는 세계적으로 21개로 통일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이보다 많으면 병뚜껑을 딸 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병이 깨질 수 있고, 더 적으면 헐거워서 내용물이 변질되거나 병뚜껑이 내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개의 톱니는 그 지름에서 내용물을 가장 온전히 밀봉해주고, 병뚜껑을 딸 때도 가장 적당한 힘이 들어가도록 만든 과학적인 산물이다.

맥주 더 맛있게 마시기


01 제대로 즐기려면 맥주 전용 잔에

맥주는 전용 잔에 마셔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감미로운 향, 부드러운 거품, 톡 쏘는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도록 고안해 맥주의 풍미를 한껏 살려준다. 또 맥주잔 모양은 온도와 관계가 있다. 낮은 온도에서 즐기는 맥주는 두께가 두꺼운 잔에 마시거나 손의 온도가 잔에 직접 전해지지 않도록 손잡이가 있는 맥주잔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02 맥주에도 마시는 순서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즐기기로 했다면 가벼운 맛의 맥주에서 도수가 높은 맥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도수가 낮은 맥주부터 즐겨야 맥주의 맛을 배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쓴맛이 강하고 도수가 높은 맥주를 먼저 마시면 미각에 피로도가 가중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마시는 가벼운 맥주의 맛은 온전히 느낄 수 없게 된다.

03 거품을 살려라

거품을 걷어내거나 두껍게 올려 마시는 사람이 있다. 취향의 문제지만, 사실 거품은 맛있는 맥주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거품은 맥주 중의 탄산가스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맥주의 산화를 억제하는 뚜껑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맥주와 거품의 황금 비율은 7:3이며, 좋은 맥주 거품은 지속성을 유지하며 오래 남아 있다.

04 집에서 맥주 맛있게 마시는 방법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온도는 5~7℃다.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선 종종 피처로 맥주를 마시기도 하는데 웬만하면 피할 것. 맥주가 공기 중에 한참 머무르면 금방 산화되어 맛이 떨어지고 싱거워진다. 또 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첨잔하는 것은 절대 금물. 잔에 남아 있던 김 빠진 맥주가 신선한 맥주의 맛까지 해친다.



EDITOR 나미루 PHOTO SHUTTERSTOCK REFERENCE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윤동교 지음, 레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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