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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Round

나를 찾아서, 시니어 자존감 회복 해법


우선 ‘자존감(자아 존중감의 준말)’에 대한 개념부터 살펴보자. 심리학 용어 사전에서는 자존감을 “자아 개념의 평가적인 측면으로 자신의 가치에 대한 판단과 그러한 판단과 관련된 감정”이라고 정의한다. 학문적 용어가 아니라 최근 대중이 주로 사용하는 의미로 풀어보면, 자존감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마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존감은 남의 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스스로를 판단하고 존중하는 개념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혼자라고 느끼거나 다른 사람이 상처를 준다고 느낄 때도 상대적으로 잘 견디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좌절을 겪더라도 비교적 잘 이겨내고, 타인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쿨하게 넘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감정 조절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털이 강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자존감은 정서적으로 중요한 감정이다.

나이 들수록 자존감은 낮아진다?

사실 자존감이 시니어 세대에게만 중요한 감정은 아니다. 유아기부터 아동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시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존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관련성에 대해서다.

자존감은 중년기에 정점을 이루다 조금씩 감소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인종이나 성별, 건강, 수입 등의 요소를 통제해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다. 지난 2010년 미국 UC 데이비스 대학 리처드 로빈슨 박사 팀이 미국 성인 남녀 3,6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자존감은 젊은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가 조금씩 높아져서 60세 전후에 절정을 이룬다. 문제는 그 이후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자존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종별로는 백인과 흑인이 중년까지는 차이가 거의 없다가 노년기에 이르면 흑인의 자존감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적 요인을 살펴보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족도가 높을수록 자존감도 함께 높았다. 하지만 성별이나 인종 등의 여러 가지 변수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존감 저하를 막지는 못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존감이 함께 감소했다는 의미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당시 이 조사를 주도한 리처드 로빈슨 박사는 “가정과 일 모두 안정기에 접어드는 중년기에 자존감이 증가했고, 나이가 들면서 실직이나 ‘빈 둥지 증후군’ 등으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당시 <성격 및 사회심리 저널(Th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됐다. 비록 7년 전 조사 결과지만 ‘은퇴 후 시니어 세대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결과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라진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자

시니어 세대에 접어들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 더 곰곰이 짚어보자. 우선 기본적 환경 변화에 의한 문제가 있다. 나이가 들고 주위 환경이 바뀌면서 생기는 여러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은 시니어가 노년기에 경험하는 다양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심리적 절망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지나온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지혜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쉬운 얘기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신체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감각기능이 다소 무뎌지거나 근육량이 감소하고 반응속도나 힘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적응은 육체적인 부분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다.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성 기능 저하 등 다양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청년기에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신체적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괴로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적응이 필요한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관계 맺기다. 배우자와 자녀, 친구, 동료 등 살면서 맺어온 다양한 관계가 있다. 은퇴를 하거나 시니어 세대에 접어들면 이 관계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생긴다.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라면 활동 무대가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면서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느껴 가족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요컨대 노년을 맞아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면 신체적 노화를 받아들이고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사회와 가정에서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능동적으로 찾는 것이 좋다. 젊어서부터 이런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에 기쁨이나 행복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성숙해졌음을 인정해라

시니어의 자존감은 은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치열한 경쟁과 바쁜 업무에 치이며 살다 은퇴하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만, 한편으론 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어져왔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언론 등을 통해 다양한 해법도 내놨다. 거기서 힌트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시민문화연대 공동 대표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송우 부경대학교 교수는 “나이 드는 것은 성숙해가는 과정이고 자기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부질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놓아버릴 수 있으며, 절제할 수 있는 지혜가 늘어서 좋다”는 말도 덧붙인다.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곧 세상에 대한 안목과 통찰력을 기르고 깊은 성찰을 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치열한 경쟁에 치여 삶을 돌아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더 폭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이 좋다.

<선배 수업>의 공동 저자이자 고전 인문학자인 전호근 경희대학교 교수는 저서에서 “삶이 노년에 가까워질수록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건 가진 게 늘어서가 아니라 잃어버린 게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없어진 것이 많아서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정체성을 다시 찾는 것이 중년 이후 삶의 중요한 과제라는 조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황혼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은퇴 후 사회적 자존감을 잃은 남성들이 가정에서 홀대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극단적인 결심을 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남성은 일을 통해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은퇴 후 자존감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가족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립감과 우울감을 떨쳐내는 것이 숙제


시니어 세대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슈다. 그러다 보니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견해를 내놨다.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 교수는 ‘액티브 시니어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주제로 건강 매거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은퇴 직후에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은퇴가) 새로운 세상을 찾아나가는 모험이라고 생각하며 필연적 변화에 대해 미리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야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감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오래 산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에게 꼭 축복일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꾸준히 실천해야 인생 후반전이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변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존감을 높여주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기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라는 의미인데, 다른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와 비슷하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소 소장은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인생 2막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잠재되어 있던 자신의 재능을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러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글을 쓰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오영진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소장도 자서전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자서전 집필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것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추억을 되살리는 혼자만의 여행이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작업이다. 또 하나는 근본적으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면서 삶에 대한 책임감을 다지거나 삶의 의지를 되새길 수 있다. 문장이 유려하지 않아도 살아온 나날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솔직한 마음을 적으면 된다.

삶에 대한 바른 태도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라는 조언도 있다.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선배 수업>에서 “좋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이 행복한 삶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몸담고 사는 사회가 조화롭고 균형 있게 발전하기를 바라고 그런 좋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면 사람은 겸손해지고, 그 세계에 대한 희망으로 긍지와 자신감도 얻게 된다”고 말하면서 “겸손이 모든 도덕의 기초”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세워주는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 다잡는 마음이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길 수 있다면 실제 자신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심리학 전문가 추천, 시니어 세대 마음 다스리는 방법 7


심리학 박사이자 심리분석연구원 원장인 이나미 박사는 최근 언론을 통해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한 일곱 가지 마음 수칙을 소개했다. 이나미 박사는 시니어 세대에 접어드는 것이 중년에게는 ‘풀지 않은 선물이자 풀어야 할 숙제’라고 언급하면서 아래와 같은 일곱 가지 노하우를 전했다.

01 나눔을 실천하라

많은 것을 쌓고 이루는 중년기와 달리 시니어 세대는 ‘나눔’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기다. 그동안 성취한 업적과 자산을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02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여라

당신의 육체와 정신이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자연의 법칙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죽을 때까지 팔팔하게 젊은이 못지않은 활동을 하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이와 죽음 앞에서 언제까지나 승자일 수는 없다.

03 한계를 받아들이고 겸손해져라

지적인 한계나 업무 역량의 부족 등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겸손한 태도를 지니는 것도 중요하다. 한때 꿈꾸었던 원대한 희망이 죽기 전에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뭇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04 자아 콤플렉스를 버려라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 콤플렉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자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자아의 의식적 만족을 위해 희생하려고 하는 태도를 말한다. 잘난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배려하기 시작하면 자아 콤플렉스는 거짓말같이 치유될 수 있다.

05 유머와 여유를 지켜라

노년이 되면 행동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훨씬 덜 급해질 것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도 몸도 급해지고 빡빡해지는 경우가 많다.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06 피곤해도 관계를 유지하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라. 봉사 활동, 동호회 가입은 물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수 있다.

07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어라

여러 가지 한계와 아쉬운 순간이 많겠지만, 노년을 앞둔 중년의 가장 큰 과제는 ‘배움’이다. 흔히 배움을 책이나 강연을 통한 지적인 학습과 혼동하지만, 필자가 말하는 배움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오늘에 대한 감동이다.

EDITOR 유나리 PHOTO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