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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4

Let There Be Art


예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는 곳 오스트리아 빈

빈은 예술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수백 년간 합스부르크 왕국의 수도였던 빈은 음악가가 모이고,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어 올린 예술의 메카였다. 변화를 추구하는 예술의 새로운 흐름인 ‘분리파’가 나온 곳도 빈이다. 그 결과 구도심을 동그랗게 감싸는 도로인 링슈트라세를 따라 예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예술 도시가 탄생했다. 모차르트가 결혼식과 장례식을 올린 슈테판 성당도, 왕가의 궁정 오페라극장이자 여전히 정상급 공연이 이어지는 빈 국립 오페라극장도 이 안에 있다.


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미술사 박물관을 비롯해 현대 예술 공간인 뮤지엄 카르티에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안에 자리한 레오폴트 미술관은 오스트리아 최고 수준의 회화 컬렉션을 갖춘 곳. 빈 분리파와 클림트, 에곤 실레의 작품 또한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 뒤러와 루벤스, 모네를 비롯해 귀한 자코메티의 회화를 소장한 알베르티나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다. 정제된 예술이 답답하다면 산책로를 따라 다뉴브 강가를 걷는 것도 좋다. 각양각색의 그라피티로 채운 이 거리는 빈의 재기 발랄한 현재를 담고 있다.

마천루의 미학을 만든 거대한 건축 박물관 미국 시카고


시카고를 살린 것은 기술과 미학, 과학이 결합한 최고의 현대 예술 분야인 건축이다. 1871년에 일어난 대화재로 목조건물이 주를 이루던 도시는 반폐허가 됐고, 재개발이 시급해진 도시는 젊은 건축가들을 모았다. 이들에게 도시는 꿈을 실현할 거대한 캔버스였다.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마천루를 구상하고 도시 전체를 설계했다. 설리번과 아들러가 1889년에 지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높은 17층짜리 오디토리엄 빌딩을 시작으로 도시는 초고층 빌딩 숲이 됐다. ‘세계 최고층 빌딩’이란 타이틀을 세계 최장 기간 보유한 윌리스 타워(옛 시어스 타워)를 비롯한 미국의 50대 초고층 빌딩 중 12개가 시카고에 생겨났다.


고층 빌딩을 짓는 데 필요한 기술적 성취와 함께 고유의 건축미학도 발전했다. 철골구조와 커튼 월, 엘리베이터라는 현대 고층 빌딩 건축양식의 원형과 표면에 장식이 없는 외관에 넓은 유리창 등을 더하는 ‘시카고 학파’라는 고유의 건축 미학도 생겼다.

지상을 채운 것은 대형 조형물들. 1967년 파블로 피카소가 만든 ‘시카고 피카소(Chicago Picasso)’, 시카고 연방 플라자 앞에 설치한 알렉산더 콜더의 조각상 ‘플라밍고(Flamingo)’ 등을 비롯해 밀레니엄 공원 안에 있는 애니시 커푸어의 초대형 콩 조형물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등이 유명하다. 이곳은 예술도 스케일이 좀 크다.


공공 예술로 다시 태어난 도시 경기도 안양

기관이 추진하는 공공 예술 분야의 활동은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이벤트가 될 공산이 높다. 시민을 위
하고 도시의 미관을 바꾸겠다고 하나, 예술 분야의 특성상 그 실효성은 즉각적이지 않은데 기관은 실적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차에도 불구하고 공공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의 트렌드였다. 경기도 안양은 일관되게 공공 예술을 통해 도시를 바꾸려 노력한 도시로, 공공 예술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5년 처음 안양의 역사와 지형, 문화에서 작가가 영감을 받아 도시 곳곳에 미술·조각·건축·영상·디자인·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시작해 해당 분야의 선구자가 됐다. 벌써 11주년을 맞아 도시 곳곳에는 포르투갈의 세계적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아시아 최초로 설계한 ‘안양 파빌리온’,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전망대’, 구사마 야요이의 ‘Hello Anyang with Love’ 등 굵직한 작품 140여 점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 10월 막을 내린 5회(3년마다 개최된다) 프로젝트에서는 설치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미디어, 글쓰기, 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프로젝트의 재미난 결과물을 다수 볼 수 있는 안양예술공원과 평촌중앙공원, 김중업박물관은 물론, 도시 곳곳을 산책하다 우연히 만나는 놀이터나 공원 등을 유심히 살펴볼 것. 어디에 작품이 있을지 모른다.

폐허에서 현대미술의 메카로 일본 나오시마


일본 세토내해의 버려진 섬, 나오시마와 데지마, 이누지마는 이제 미술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러보고 싶어 하는 현대미술의 성지가 됐다. 불을 지핀 것은 한 개인의 집념이다. 출판 그룹 베넷세의 회장은 평소 현대화가 낳은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문제의식을 풀어낼 도구가 현대미술이며, 현대화의 문제로 피해를 본 자연과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이런 문제의식이 더 잘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오시마는 그런 섬이었다. 그는 1989년 섬의 6분의 1을 사들여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물론 한 개인의 집념과 이상, 자본이라는 강력한 토대로 있었지만 이를 완성한 것은 예술가와 주민이었다. 섬 개조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노력과 빼어난 자연경관,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 덕분에 생동감 넘치는 진짜 예술의 섬이 될 수 있었다.

안도 다다오는 베넷세 하우스, 베넷세 하우스 오벌, 지중미술관 등 걸출한 건축 작품을 여럿 완성했고, 주민은 100년 된 민가를 갤러리로 개조하는 작업에 참여하거나 관광객을 모으는 데 필요한 화장실 등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였다. 예술이 지역민을 도태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오시마 섬은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했고,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두며 인근의 데지마, 이누지마까지 확장됐다. 2010년에는 이들 섬을 거대한 캔버스 삼아 각국의 예술가가 작품을 선보이는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까지 개최하며 성공적인 변화를 일궈냈다.



EDITOR 유나리 PHOTO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CHICAGO TOURISM, JTBC PLUS DB, LEOPOLD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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