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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요즘 문화 굿즈


품절 대란, 굿즈가 뜬다

엽서, 머그잔, 피겨 등의 문화 상품을 말하는 굿즈(Goods)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요즘 굿즈 열풍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주도하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선보이는 문화 상품의 인기는 가히 열풍 수준. 포털 사이트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검색하면 굿즈가 가장 먼저 뜰 정도다.

지난해에 개최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이집트 보물전>은 관람객 35만여 명이란 기록만큼이나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 상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양이 신’을 형상화한 피겨와 거울, 엽서, 머그잔, 유리 향수병이 큰 인기를 모은 것. 품절 대란까지 일어났다. 그 밖의 품목도 다양하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사무·문구류, 컵·우산·의류 같은 생활 소품 등 실용적인 아이템. 비교적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에 집에 가져가도 거추장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실용성이 뛰어나 인기가 좋다.

이처럼 굿즈가 인기를 끄는 현상은 전시 기획 수준과 시민의 안목이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 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동기는 전시에 대한 만족도. 취향에 맞는 전시를 선택해 직접 찾아온 관람객이 그날의 전시 여운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경험을 확장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의 전시 기획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이젠 관람객이 선호하는 문화 상품 또한 복제품과 도록 같은 장식품에 머무르지 않는다. 문구와 사무용품에서 패션 의류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다. 수집품에 불과하던 굿즈는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예술로 받아들여져 즐겁게 소비하는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굿즈의 시초는 뒤샹의 ‘여행용 가방’에디션


문화 굿즈의 시초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에서 탄생했다. 거꾸로 올려놓은 남성용 소변기 ‘샘’ 하나로 ‘현대미술의 아버지’가 된 그의 대표작들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상자 안에 배치한 ‘여행 가방 속 상자’는 ‘뒤샹의 종합 선물 세트’로 불리는 유명한 작품이다. 아래 사진 속 ‘여행용 가방’(1941년)은 작가의 최초 에디션으로, 20개의 멀티플로 제작되었다.

카드보드로 제작한 케이스 안에는 미니어처 레디메이드(Ready-made) 복제물과 마르셀 뒤샹의 기존 작품을 찍은 흑백 혹은 컬러 사진이 들어 있다. 그중에는 ‘Glinder Containing a Water Mill in Neighboring Metals’라는 작품의 복제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또 박스 안에서 ‘샘’ 미니어처도 볼 수 있는데, ‘샘’의 상단 오른쪽 구석에 작가가 직접 검은 에나멜로 ‘R. Mutt’라는 서명을 남겼다. 가죽 케이스의 안쪽에는 콜로타입(Collotype) 인쇄물들이 배열되어 있다. 크게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데, 1934년부터 1941년 사이에 제작한 딜럭스 버전은 모두 20개의 에디션이 있다. 그중 하나는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이 62만3,000달러(약 6억원)에 구입해 보관하고 있다.



Tip 다양한 굿즈를 구입할 수 있는 곳

국립박물관문화재단 museumshop.or.kr
한국문화재재단 www.khmall.or.kr
아트샵 코리아 www.artshopkorea.co.kr

진화하는 굿즈 문화

굿즈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유명 패스트푸드점이 시즌마다 어린이 세트와 함께 선보이는 장난감을 구하려고 출시 당일 새벽같이 줄을 섰고, 1990년대에는 일명 ‘아이돌 굿즈’로 가수의 얼굴을 프린트한 책갈피나 콘서트에 사용할 풍선, 우비 등을 판매했다. 그리고 최근 온라인 시장이 진화하면서 아이돌 소속사와 온라인 업체가 계약을 맺고 해당 굿즈를 단독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유명 아이돌인 엑소(EXO) 응원봉은 8일 동안 3만 개가 넘는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좋아하는 작가나 표지를 본뜬 소설책 굿즈, 영화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 굿즈 등 팬심을 자극하는 상품 마케팅이 문화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라나고 있다.

최근엔 ‘문재인 굿즈’라는 말까지 생겼다. 대통령이 즐겨 마시는 커피와 안경, 최근 기자들과 등산할 때 입은 등산복, 관련 서적 등 대통령과 관련된 상품들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이는 유례없는 상황으로, 대통령의 인기가 아이돌 수준의 강력한 팬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굿즈라는 개념은 마니아와 오타쿠들이 개척한 서브컬처에서 유래했다. 국내 서브컬처 시장에 키덜트족이 대두한 것은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최근 그 양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추세다.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이란 뜻의 ‘키덜트’나 마니아층을 일컫는 ‘덕후’란 말은 이제 과거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정한 무언가에 열광하는 팬덤과 소비층이 점차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두터워지고 있다. 그 대상이 예술 관련 굿즈라는 것은 더없이 고무적이다. 예술이 그만큼 편해진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EDITOR 나미루 PHOTO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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