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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1

가족의 재구성


1 가구 수가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총가구는 1,901만 가구에서 2043년 2,234만 가구까지 증가한 후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2045년에는 2,232만 가구까지 줄어든다. 2015년 총가구는 전년보다 1.65% 늘었지만, 이후 가구 증가율은 감소세로 돌아서 2044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5년의 가구 증가율은 -0.07%. 전체 인구가 줄어드니 가구당 사람 수도 적어진다. 2015년 평균 가구원 수는 2.53명이나 2045년에는 2.1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변화는 가구 형태 변화로도 이어진다.

2 달라지는 가구 형태

평균 가구원 수가 2.1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전통적 3~4인 가구의 가족 형태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한다. 가족으로 이루어진 친족 가구 비중은 2015년 71.6%에서 2045년 62.4%로 감소한다. 현재 국내의 주요 가구 유형은 부부+자녀로 이루어진 가구(32.3%), 1인 가구(27.2%), 부부 가구(15.5%)의 순이나, 이런 순위도 바뀌는 추세다.

통계청이 예측한 2045년 주요 가구 유형 1위는 1인 가구(36.3%). 이어 부부 가구(21.2%)와 부부+자녀 가구(15.9%)가 차지한다. 높은 사회적·경제적 비용 대비 적은 임금, 점차 느는 주거 비용, 협소한 육아 시설과 출산 후 경력 단절 등 대한민국 사회의 전반적 악조건 속에 이 모든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준다는 의미. 그만큼 먹고살기 힘든 사회라는 방증이다.

3 달라지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

가구 수가 줄어드는 동시에 가구 형태도 달라지는 것은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는 하나의 예다. 통계청의 ‘2016 한국의 사회 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6년 51.9%. 2010년 64.7%, 2012년 62.7%, 2014년 56.8%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 바꿔 말하면 결혼을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이 수치가 뒤바뀔 날이 머지않았다. 이혼에 대한 가치관도 열린 자세로 바뀌는 추세. ‘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 39.5%로 나타났고,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는 43.1%로 ‘안 된다’는 의견을 앞지르며 증가하고 있다. ‘해서는 안 된다’와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의 비중이 서로 뒤바뀐 것은 2016년. 그 전까지는 차이가 크진 않았어도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TIP 작품으로 보는 2017년 한국 가족의 현주소


연극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사랑해요 당신>

가족 붕괴 현상을 통쾌하고 신랄하게, 한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꼬집은 연극 두 편이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 연극은 변화하는 가족상의 단면을 제대로 담고 있다. 국립극단의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4월 23일 공연 종료)와 <사랑해요 당신>이다.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는 2017년 가족 초상화의 어두운 면만 따다 유쾌하게 그렸다. 작가 윤미현은 우리 사회의 꼬이고 꼬인 가족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룬다.

할머니는 보따리 장사를 통해 번 돈으로 마련한 집을 아들에게 덜컥 줘버린다. 다시 돌려받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며느리는 돌려줄 마음이 없다. 손녀는 교수의 성추행에 사과를 요구하다 대학원을 중퇴했고 직업이 없다. 정년퇴직한 아들의 낙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 기댈 곳 없는 와중에 할머니는 집 안의 물건을 조금씩 빼내 팔며 미래를 준비한다. 손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척하고 미래에 대비해 취직을 준비하는 대신 노인처럼 사는 연습을 한다.

노년 문제, 청년 실업, 가정 해체, 부모 부양, 퇴직 등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이 처한 모든 계층별 문제를 다룬 수작으로, 사회 변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그 질문이 제법 무겁고 날카롭다.

<사랑해요 당신>은 ‘치매’를 통해 비로소 소통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로, 공기처럼 존재해 소중함을 잊기 쉬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감동 드라마다.

<사랑해요 당신> ~5월 28일(예그린씨어터)

4 17년이라는 속도 차이

전 세계의 고령화 추세는 거를 수 없는 대세다. 문제는 속도다. 유엔은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로, 14%를 넘으면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은 1997년에 고령 사회를 2022년, 초고령 사회를 2032년으로 전망했지만, 2000년에는 이를 각각 3년, 6년씩 앞당겼다.

2015년에는 2018년에 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치를 또 수정했다. 이 수정치마저 또 앞당겨, 국내 고령 인구 비율은 이르면 오는 5월 말 14%를 넘을 것으로 집계됐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까지 딱 17년 걸린 셈이다. 24년 걸린 일본의 딱 절반이다(미국은 73년, 프랑스는 115년 걸렸다). 이 급격한 속도 차이는 독거노인 세대 증가, 치매 등 고령화로 인한 질병 심화 등 다양한 사회 변화와 문제점 등을 낳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화 시대의 3대 질병

사회 변화는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고령화에 따라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고령화 질병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며 새로운 비극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해당 질병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현재의 4배 수준인 27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정은 물론 국가 차원의 관리와 대응 방법 마련이 필요해진 만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변화를 감안해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금처럼 고립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치매 안심 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 등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고령·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이 도입한 주거 모델로, 가족은 물론 함께 사는 지역주민의 치매에 대한 이해와 도움 등 교육과 이해, 참여가 필요하다. 앞으로 고령화 질병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교육 등 전체적 공감대 확산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5 고령자 1인 가구와 한 부모 가구 늘어난다

이제 한 집 건너 노인이 사는 동네 풍경이 익숙하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해 2045년에는 2015년의 2.9배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15년에는 366만4,000가구이나 2045년에는 1,065만3,000가구가 65세 이상 1인 가구다.

한 부모 가구도 증가한다. 2015년 현재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아빠 또는 엄마와 사는 한 부모 자녀 가구는 131만9,000가구. 고령화로 인한 사별과 이혼 등의 이슈로 2045년까지 연평균 4,000가구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게 구성원 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한국의 가족 형태는 산업, 문화 등의 발전 양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6 황혼 육아가 대세, 맞벌이 가정 90%가 조부모 육아에 의지해

맞벌이하지 않고서는 살기 힘든 사회가 되면서 조부모의 육아가 흔해졌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맞벌이 가정 1,0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2%가 조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조부모가 손주 양육을 시작하는 시기는 생후 7~ 8개월. 평균 양육 기간은 21개월로, 양육 시기가 빠르고 오래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노동의 강도도 세다. 평균 주당 양육 일수는 5.25일이었고 양육 시간도 42시간이 넘었다.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이다. 이러한 문제는 가정 내에서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회 전반의 제도적 지원과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가치관 변화가 없다면 황혼 육아로 인한 문제점은 고스란히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지게 된다.

사회 변화가 만든 새로운 가족 문제다. 이런 흐름은 할머니, 할아버지 등 시니어 세대를 장난감과 육아용품 시장의 큰손으로 만들었고, 손주를 가르친다며 노인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사례도 증가했다고. 당연히 소비 시장은 이들의 마음에 소구할 마케팅 전략을 쓸 테고, 시니어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이를 반영해 다양해질 것이다.

육아 갈등 해소법

황혼 육아는 가족 내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황혼 육아 시 가정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법칙을 숙지하자.

1 보육 방법과 육아 조건을 사전에 미리 조율하기

보모에게 아기를 맡길 때는 보육 방법과 육아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조율하지만, 황혼 육아의 경우는 이렇게 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이와 부모, 조부모 모두를 위해 사전 조율과 합의는 필수다. 육아 시간과 집안일을 거드는 범위, 육아 방침과 가치관을 공유해 서로 지켜야 한다.

2 훈육할 때는 서로 자리 비켜주기

아이를 훈육할 때는 조부모와 부모가 서로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다. 조부모가 아이 편을 들거나 부모 편을 들어서 아이를 더 혼내는 등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와 조부모 간의 견해 차이에 갈등할 수 있다. 서로 어색해질 수 있으니 서로의 훈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도록 한다.

3 양육비 정해 꼬박꼬박 드리기

양육의 노동 강도가 센 만큼, 적정 금액을 정해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설사 그것이 육아라 할지라도 대가 없는 노동은 없다는 생각을 확실히 하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정해진 날짜에 월급처럼 꼬박꼬박 드리고 아이에게 쓴 돈은 따로 챙긴다. 다만 아이가 보는 앞에서 돈 봉투를 드리는 것은 피한다.

7 말수 줄어드는 가족

얼마 전 KBS 2TV의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에 대화 없이 산 극단적인 형태의 부부가 등장해 충격을 주었다. 결혼 후 10년간 남편과 제대로 대화해본 적이 없다는 40대 주부의 사례는 물론, 일반적인 장·중년층 부부의 문제점이 극대화된 극단적 사례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5년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루 평균 부부가 대화하는 시간은 10~30분이라는 답변이 30%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그다음 10분 미만이 12.1%로 2위였다. 30분~1시간이라는 답변은 3.3%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는 연령대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었다. 1시간 이상 대화한다고 답한 부부가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30대, 40대, 50대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대화 시간은 줄어들었다. 특히 50대의 경우 대화 시간이 하루 10분 미만인 경우가 68.7%에 달했다.

TIP 대화 방해 요인을 찾아 개선해볼 것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부부간 대화를 방해하는 주요인 1위는 늦은 귀가 또는 주말 근무. 2위는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사용이었고, 3위는 자녀 양육으로 인한 둘만의 시간 부족이었다.

피로 앞에 장사 없다지만 늦게 귀가해도 짧은 인사나 메모 등으로 서로의 일상과 마음 등을 전달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 화이트보드 등을 걸어두고 메모로 대화를 잇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 가정 내에서 TV나 스마트폰 등의 사용 규칙을 정하고 준수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8 다양한 삶의 방식, 다양해지는 삶의 패러다임

영화 <완득이>의 주인공 도완득은 자칭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열일곱이다. 아빠는 척추 장애가 있고, 베트남에서 온 엄마는 소식도 모른다. 자신을 숨기고 되는대로 살아가던 완득이를 깨우친 것은 담임선생님. 그는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완득이의 과거사를 ‘뭐가 부끄러우냐’는 투로 말하고 어느 날은 엄마까지 데려온다. 그렇게 완득이는 가족을 찾고, 자신의 길을 찾는다.

영화에서 부모와의 재회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담임선생님과의 관계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완득이에게 선생님은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제2의 가족이다. 정서적 가족 관계는 때로 이렇게 확장되기도 한다.

여기서 보듯 입양 가정, 다문화 가정 등의 가족 형태는 자연스러운 것이 됐다. 2016년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가정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다문화 가구는 30만5,000여 가구로 전체 구성원 수를 합하면 82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는 한 부모 가족이나 다문화 가족, 입양 가족 등을 ‘정상적 가족’으로 보지 않고 색안경을 낀다.

하지만 늙고 혼자 사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 개방성은 필수다. 요즘엔 이러한 흐름을 조명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도서관은 ‘2017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라는 제목으로 다문화 가정, 나홀로족 등 삶의 방식은 결코 하나가 아님을 알리는 도서, 영상 등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각자가 택한 삶의 방식이 당연한 것이 될 때,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 잡고 삶의 스펙트럼도 넓어질 것이다.


TIP 가족의 의미를 묻는 책 한 권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tvN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팀 지음, 중앙books)

‘핏줄’이 아닌 ‘선택’과 ‘관계’로 맺어진 관계 또한 가족의 또 다른 형태임을 알려준 tvN 창사 10주년 특별 4부작 다큐멘터리 <판타스틱 패밀리>의 방송 내용과 비하인드 스토리, 취재기를 덧붙여 재구성한 책.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관계의 폭을 넓혀준다.

책 속에 나오는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자식과 교감하듯 로봇을 애지중지하고, 죽은 반려견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사람에게 하듯 사십구재를 지내는 가족도 있다. 혈연관계도, 직업도, 성향도 다르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족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결국 가족의 존재란 지치고 상처받았을 때,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다고 느낄 만큼 바닥을 쳤을 때 마음의 중심을 다잡도록 해주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로봇이건 가족은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결국 가족이란 서로 의지하고 위안이 되어주는, 마음 쓰이는 존재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점차 전통적 가족의 형태로 메울 수 없는 구멍이 커지는 사회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한 핵심 가치 중 하나일 것이다.




EDITOR 유나리 PHOTO J-PHOTO DB, SHUTTERSTOCK
REFERENCE 여성가족부, 육아정책연구소, 인구보건복지협회,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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