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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유로존을 주목하라


2017년 세계경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유로존이다. 사실 유로존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가 불거지며 유로존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과 타 재정 위기 국가 간의 불협화음과 국가별로 나타난 EU 탈퇴 주장까지 겹치며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어렵게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정점을 찍은 것이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결정이다. 많은 사람이 ‘영국이 할 수 있다면 다른 국가도 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됐고, 유로존의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경제만 볼 수 없게 했다.

그럼에도 유로존의 경제지표 대부분은 위기 구간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연간 1.8% 성장한 유로존 GDP는 2017년 1/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7%라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결국 정치적 이슈 혹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뜻하는 ‘프렉시트(Frexit)’나 ‘이탈렉시트(Italexit)’와 같은 부정적 용어들, 그리고 IS 테러 등이 유로존 경제를 판단하는 데 노이즈로 작용했다. 단순히 경제지표만으로 판단했을 때 유로존은 느리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역시 상반기의 성장세를 이어가 연간 2%에 근접하는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유로존 경기 긍정적 평가의 이유

하반기 유로존 경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근거는 내수의 동력이 소비에서 수출과 투자로 다변화되고 있고, 국가별 성장세가 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고용 시장 호조에 따른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축소되며 물가 안정세가 뒷받침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 고용 시장 안정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용 시장 안정으로, 고용 확대가 소득 기대를 통해 소비 심리 개선에 일조하고 있으며,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가계 부문의 소비 여력도 유지되고 있다. 위축된 임금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유로존 고용 증가세가 가속화하면 실질 기준 2%대의 민간 소비 증가율이 재차 달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로존 저축률은 아직 12%대로 높은 수준이지만 점진적 하락 추세에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금리 인상 정책이 올해 중에는 본격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보해주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국가별로도 프랑스와 그리스를 제외하면 유로존 주요국의 실업률이 동반 하락했으며, 특히 독일의 실업률은 1/4분기에 3.9%로 통독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경제는 그리스를 제외하면 재정 위기 충격에서 거의 벗어났다. 위험 요인이던 EU 붕괴 우려도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패배하면서 해소되었다. 따라서 하반기 유로존 경제는 민간 소비 호조를 바탕으로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 재정 수지 적자에 대한 기우 유럽 재정 수지 적자는 2010년 1/4분기 -8%를 기록한 이후 -0.9%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과거 글로벌 경제성장의 정점이던 2006년 4/4분기 재정 수지 적자가 -0.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복세는 양호하다. 2016년 기준으로 스페인을 제외한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3%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오히려 프랑스가 -3.4%로 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를 제외한 남유럽 국가들은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선진국도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성 기준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결국 독일에서 재정 정책을 위한 양보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3 수출 신장세 상반기에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에 따른 자본재 수요 확대와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유로존 수출이 높은 신장세를 보였는데, 하반기에는 이것이 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 좀 더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유로존 설비투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이지만, 설비 가동률이 역사적 평균치를 상회하며 4분기 연속 상승세에 있고, 6년 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세부 항목 중 신규 주문이 특히 호전세에 있어 향후 설비투자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심리 개선과 정치 불확실성 해소로 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4 출구 전략 실행 하반기 유럽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이슈는 ECB의 출구 전략 시그널이다. 2015년 3월부터 지금까지 ECB는 APP(Asset Purchase Program)를 통해 약 1조5,000억 유로의 국채를 매입했는데, 이는 유로존 GDP의 16%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ECB 대차대조표(B/S)는 2년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인 4조5,000억 유로까지 팽창했다. 프랑스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태에서 하반기 유로존 경기의 순항을 가정하면, ECB가 출구 전략을 통해 B/S의 과도한 팽창을 억제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타이밍과 속도다. 과거 ECB가 선제적 통화 완화로 시장에 서프라이즈를 준 몇몇 사례와 달리, 시장 기대에 다소 후행하더라도 자산 매입 축소는 자산 매입 확대에 비해 더욱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지난번과 같이 실제 양적 완화 종료 3개월 정도 이전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드라기 총재나 유로존 관계자들은 “양적 완화 축소가 아니라 지난 양적 완화 규모로의 회귀”이며 “양적 완화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시장의 심리를 달래고 있다.

5 정치적 리스크 해소 지난해부터 올해 2/4분기까지 유로존을 휩쓴 극우 세력과 안티-EU의 흐름은 프랑스 대선을 기점으로 큰 방향 전환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꿈틀대고 있는 은행 계열 위기 우려와 최근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부결된 그리스 구제금융 관련 협상만이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유로존의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압박을 가하는 요인 중 정치적 리스크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프랑스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 리스크는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고 판단한다. 특히 독일은 2017년에 있었던 주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의 기민당이 세 차례 모두 승리함으로써 총선에 대한 우려감도 어느 정도 완화된 모습이다. 물론 9월 24일에 다가갈수록 불안감은 높아지겠으나, 현 상황에서는 일시적 이슈로 지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6 펀더멘털 개선세 주요국의 정치 이벤트도 넘어선 만큼 이제 펀더멘털에 주목할 시점이다. 유로존 GDP는 올해 1/4분기까지 전기 대비 0.5%대의 성장세가 2분기 연속 유지됐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채무 위기 전후에 단행한 노동시장, 과잉 설비, 과잉 부채 등에 대한 구조 조정 효과가 열매를 맺고 있다. 투자도 회복세다. 채무 위기를 거치며 상당한 규모의 공급 과잉 축소를 단행해 GDP 대비 고정 투자는 고점 대비 15%가량 축소됐다. 최근 완만한 경기 개선과 함께 고정 투자 역시 완만한 회복세가 재개되고 있다.

노동시장과 마찬가지로 과잉 설비에 대한 구조 조정이 투자 확대 여력을 높여 경기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2015년 3월 유로존의 경기 부양을 위해 EU 각국이 총 38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융커 플랜(Juncker Plan) 등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정부 투자의 뒷받침도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정부 투자가 다소 부진했으나 융커 플랜 가동, 재정 건전성 개선으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민간 부문의 설비·건설투자와 인프라를 비롯한 정부 투자의 조합으로 하반기에는 4%대의 고정 투자 증가가 기대된다.

펀더멘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기업 이익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유럽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민감 섹터와 금융 부문의 이익 개선 전망도 점차 떠오르는 추세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져 가격 효과가 약화해도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 올해 유럽의 EPS와 매출 증가율 컨센서스는 각각 9.7%, 3.9% 수준이다.

이제는 유로존을 볼 때

유로존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혼자만의 회복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의 뚜렷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세계경제에서 미국만의 회복은 펀더멘털과 통화정책의 차별화를 유발해 강달러 압력을 초래했다. 유로존 경제의 부상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강달러 압력을 약화시킨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신흥국 경기 둔화 등 강달러의 폐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2017년 하반기에는 유로존을 주목해야 한다.

WRITER 박지혜(우리은행 WM자문센터 자산관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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