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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흐름에 둔감해진 하이일드 채권

다시 시작된 유가 불안


“활발한 굴착 활동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내년 말까지 유가 상승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931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WTI 유가는 배럴당 평균 50.68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gency)에서 발표한 에너지 전망 보고서는 원유 생산업체들이 시추공 수를 늘리면서 OPEC 회원국들의 감산 효과를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2월 배럴당 26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원유 시세가 이후 50달러대를 회복하자 시추를 중단했던 미국의 셰일가스와 오일 생산업체들이 굴착 활동에 나서면서 원유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굴착과 실제 생산 증대 사이에는 약 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원유 생산량 증가세가 이어지며 원유 시장에 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월 중 배럴당 55달러 가까이 올랐던 국제 유가는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45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에너지업체 발행 비중이 큰 편인 하이일드 회사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 2014년 하반기 이후 원유 가격 급락기에 하이일드 채권 투자자들이 상당 기간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저유가 시대에 살아남은 미국 셰일 산업


과거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다. 자국 내 유전을 갖춘 산유국이지만,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원유를 수입하는 중동 정세에 늘 민감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셰일오일과 셰일가스가 개발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영토 안에는 방대한 양의 채굴되지 않은 천연가스층이 셰일 암석(Shale Rock)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채굴이 쉽지 않았고, 채산성도 맞지 않아 차라리 석유를 수입하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러나 미국은 셰일층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기 위한 방법을 수십 년간 연구했고, 그 결과 새로운 채굴 기술이 개발되어 에너지 독립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다.

에너지정보청(EIA)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90년 이상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유가가 크게 내려가면서 셰일업체들은 극도의 생존 위협에 시달렸지만,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생산 비용을 낮추어 점차 경쟁력을 갖춰갔다. 미국 셰일업체를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여겨 저유가 흐름을 주도한 중동 산유국의 가격 전략은 큰 효과를 얻지 못했고, 오히려 자국 재정 악화를 초래해 더 이상의 가격 경쟁을 이끌기 어렵게 되었다.

향후 예상되는 유가 흐름

원자재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원유는 다른 어떤 자산보다 가격 등락 폭이 크다. 1985년 11월 이후 WTI 유가는 6개월 동안 70% 가까이 하락했고, 1996년 12월부터 2년간 하락 폭도 60%를 넘었다. 미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로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7월부터 6개월에 걸쳐 78% 하락하며 폭락세가 재현되었다. 배럴당 145달러였던 WTI 선물 시세가 34달러까지 급락한 것이다.

가장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2014년부터 작년 초까지 110달러를 넘던 시세가 26달러 선까지 떨어진 것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와 경기 후퇴에 따른 수요 부진 우려로 유가는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경험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투자 감소가 원자재 시세의 급락을 초래했다. 과거의 가격대로 회복하는 건 쉽지 않다. 원유 공급 물량을 중동 지역의 OPEC 산유국들이 좌지우지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미국 셰일업체의 생산 물량이 늘면서 감산 합의 효과가 약해진 것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가격 급락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는 계절적으로 여름에 강한 시세를 형성한다. 따뜻한 날씨로 미국의 자동차 운행이 크게 늘면서 휘발유 수요가 살아나고, 냉방용 전기 생산을 위한 화력발전 가동률 또한 올라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지표인 OECD 선행지수가 작년 7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된 것도 수요 증가 요인이다.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원자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유가 하락에도 선방한 미국 회사채

과거 유가 조정기와 달리 최근 하이일드 채권 가격은 회사채 스프레드가 꾸준히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강세 흐름을 유지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졌고, 기업 실적도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회사채 부도 위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유가에 대한 민감성이 줄면서 원유 시세가 배럴당 40달러 중반대만 유지하더라도 고금리 하이일드 채권의 투자 매력은 유효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는 하이일드 채권의 높은 이자에 기인한다. 블룸버그 바클레이 미국 하이일드 지수 편입 채권의 평균 금리는 5%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금리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 여부에 따라 단기적으로 가격이 출렁거리기도 하지만, 높은 표면금리를 바탕으로 빠르게 가격이 회복되는 특성이 있다. 하이일드 채권이 가장 크게 흔들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하이일드 지수는 26% 하락했지만, 이듬해에 다시 58% 오르며 오히려 큰 수익이 났다. 이후에도 하이일드 채권은 주식보다 덜 빠지고, 주가 상승 시에는 함께 오른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꾸준한 성과를 보여줬다. 지난해에도 17% 넘는 고수익을 보였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유가 하락에 따라 부진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유가 반등과 함께 빠르게 가격이 살아난 것이다.

하이일드 채권이 매력적인 이유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 등급이 낮은 투기 등급 채권이다. S&P와 피치 기준으로 BB+ 등급 이하, 무디스 기준으로 Ba1 등급 이하의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그러나 투기 등급이라고 해서 무작정 위험한 채권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해외 신용 평가 회사는 국내 평가 회사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채권 등급을 평가하기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도 투기 등급을 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펀드의 주요 편입 기업을 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델타항공, AIG생명, 테스코, GM자동차, BNP파리바은행, 스프린트통신, 굿이어타이어, US철강, SK하이닉스, 우리은행 등 생각 외로 좋은 기업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또 특정 회사채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해 그중 어느 회사에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손실 위험을 낮추어준다.

지금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회사채도 2000년 이전에는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었다. 현대자동차 회사채도 2005년까지는 투기 등급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하이일드 채권이라도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어 신용 등급이 오른다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경기 회복기에 하이일드 채권의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이유다.


금리 인상기에도 든든한 하이일드 채권


채권은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지만,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격이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 만기 보유 시 원금과 이자를 수령할 수 있지만, 만기 전 중도 매도 시에는 금리 변화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채권의 특성이다. 그러나 채권형 펀드 기준가는 금리 변화에 따라 매일 산출되므로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표시되면서 가입자의 불안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다. 장기 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일시적 손실에 흔들릴 이유가 없지만, 평범한 일반 투자자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채권형 펀드에 편입되어 있는 채권은 만기에 원금이 상환되고, 그 자금은 새롭게 재투자된다. 만약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만기에는 원금 수준으로 회복되며, 더 높은 금리로 새로운 채권을 매수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손실이 발생하면 원금 회복 시기가 불확실한 주식형 펀드와 달리 채권형 펀드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마이너스가 사라진다.

금리 상승의 이유가 건실한 경제 회복에 기인한다면 기업의 신용도가 오르면서 투자한 채권의 신용 등급 전망이 상승하는 것도 펀드의 성과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더라도 가산 금리(Spread)가 하락하면서 그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린다는 의미는 고용 시장이 안정되면서 경제 회복이 본격화된다는 신호다. 이는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율을 낮추고, 채권의 신용 등급을 올리는 요인이다.

지금은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할 시기

올해도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의 향후 실적 전망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다. 기업 부도율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하이일드 채권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여준다. 과거에는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을 정크 본드(Junk Bond)라 부르며 ‘쓰레기 채권’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위험관리 기법이 발전하면서 하이일드 채권 투자자는 위험을 과거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이일드 펀드는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면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인 상품이다.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철저한 신용 분석을 통해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며, 여러 채권에 나누어 투자해 예상 손실 규모를 제한한다. 편입 채권 중 일부 손실이 발생해도 다른 채권에서 제공하는 높은 이자 수익으로 손실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하이일드 채권 투자 시에는 시장의 흐름에 상관없이 묻어둘 수 있는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시세 차익보다 이자와 배당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단기 투자처로는 적합하지 않다. 투자 기간은 2년 이상 장기로 보자. 주식 투자는 두렵고,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가격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현금 흐름이 좋은 자산을 유지하자.



WRITER 최성호(우리은행 WM추진부 포트폴리오 매니저) ILLUST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