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Second Round

공부합시다


어모털리티 시니어가 온다

최근 미국에 사는 89세의 텐브룬셀 씨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그의 두뇌가 25세와 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몇십 년 전의 이야기를 바로 며칠 전 일처럼 생생히 기억해 대화를 나눴다. 이는 미국 노스웨스턴 약학대학 산하 기관 연구진이 그를 비롯해 80세 이상 노인 중 젊은이만큼 기억력이 뛰어난 소수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을 정도로 신비한 현상. 텐브룬셀 씨는 ‘3명의 손주와 더 친해지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을 그 비결로 꼽았다.

대화를 잇기 위해 그는 최신 동영상을 보고 습득하며 끊임없이 공부했다고. 물론 공부한다고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연구진도 아직 그 메커니즘을 밝히지 못했다. 다만 끊임없이 배우려고 했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는 과거가 아닌 지금을 살기 위해 시대를 읽으려 노력했다. ‘어모털리티(Amortality)’라는 말이 있다. 자기 혁신을 통해 나이를 잊고 젊은 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의 유럽 총괄 편집장 캐서린 메이어가 처음 만들어 사용한 용어로,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Mortal’에 부정접두사 ‘A’를 붙인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젊은 시절 축적한 것을 천천히 소모하며 노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인생은 더 길어졌고 배울 것도, 볼 것도 더 많아졌다. ‘배움’은 이 남은 시간을 채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의 후반, 골프나 등산으로만 채우기엔 세계는 넓고 배울 것도, 모르는 것도 많다.

내가 사는 세계의 여백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고 싶은 욕구는 당연히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요즘은 방송통신대학교나 사이버 대학 등의 학교는 물론 각종 문화센터에도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어모털리티한 시니어가 밀려든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백화점 문화센터나 각 지역 구청 등은 시니어만을 위한 강좌와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 아카데미의 2016년 시니어 회원 수는 2014년에 비해 2배가 넘는 120% 증가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은 올봄 학기부터 시니어 관련 강좌 수를 전년 대비 40% 이상 대폭 늘리고, 노래교실이나 꽃꽂이 등의 평범한 커리큘럼 대신 여행용 외국어, 인문 고전 읽기, 와인 특강, 테라리움, 1인용 상차림 등 색다른 지식을 제공하고 인생 설계에 도움이 될 만한 전문 수업으로 채웠다.

넓어진 배움의 창구, 넓어진 선택의 폭

이처럼 배울 내용도, 기회도 전보다 다양하고 많아졌다. 게다가 요즘엔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찾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꽤 많다. 각종 지자체나 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무료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단순히 돈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무료 강좌의 묘미는 아니다. 비싼 수업료를 냈으니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것을 쫓기듯 배우지 않아도 된다. 공부하는 즐거움을 천천히 만끽할 수 있는 것.

내용이 쉽고 진도도 빠르지 않은, 느린 호흡으로 진행하는 대부분의 무료 강좌는 그래서 시니어에게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나에게 잘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시험 삼아 들어볼 수 있어 입문자에게도 좋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 함께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 후반을 활기차게 보낼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지난해에 45년 만에 퇴직한 강 씨는 자신의 정신 건강 유지 비결로 ‘배움’을 꼽는다. 은퇴 후 막연히 붕 뜬 시간 동안 읽은 30여 권의 책이 그가 공부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그 책은 모두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했다고. 현역 시절엔 새벽부터 잠들 때까지 자기 일 생각만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 정작 자신의 내면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은퇴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깨달았다. 공부였다. 그래서 그는 지금 일주일 중 수요일과 주말을 뺀 4일 동안 꼬박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운동 삼아 서울 시내 박물관을 돌아다닌다. 걷기 운동도 되고 배울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집 주변의 평생교육원이나 구청에만 가도 무료 인문학 강좌부터 전문 수업 등이 많다”며 먼저 문을 두드려볼 것을 권했다. 정보를 수집하려고 노력하면 생각보다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이다. 또 강 씨는 배움 위주로 자연스럽게 하루가 짜이니 무엇보다 움직임이 늘었고, 그 덕에 건강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며 공부의 장점을 설파했다.

사실 은퇴 이후 시니어는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존의 삶과 전혀 다른 고립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만큼 무엇이건 혼자서 할 줄 알아야 하고, 남과 어울릴 줄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배우지 않고 정체되어 있으면 잡념만 늘고 우울해지기 쉽다.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써야 잡념이 사라진다”는 강 씨의 말처럼 배움의 효과는 지식 습득에만 있지 않다. 시니어에게 배움은 곧 인생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시니어를 위한 배움 창구

자, 이제 어떤 것을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볼 차례. 일단 백화점,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을 방문해 문화 강좌 관련 공지를 숙지하자. 영상 상영은 물론 명사를 초청한 특별 강좌 등 생각보다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 이 경우는 시작하는 학기를 놓치지 않아야 하니 역시 미리 확인하고 지식의 수준과 강도를 어림해봐야 한다. 평생교육원의 커리큘럼은 대부분 자격증 취득 등의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 지식을 다루거나 코스가 길 수 있다. 가벼운 지식 습득의 수준을 원한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꿈을 찾는 인생 학교>

문학, 예술, 요리, 재테크, 인문학 등 시니어가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춘 종합학교를 찾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 여기저기 찾아다닐 필요 없이 이 안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또 특정 대상을 목표로 개교한 곳이 많아 취업이나 사회 공헌 등 배움 이후와 관련한 프로그램도 잘 갖춘 편이다.

01 뭐라도학교 http://cafe.daum.net/3rd-Age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액티브 시니어의 베이스캠프’를 지향한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주관하는 시니어 전문 배움터다. 간단한 외국어, 색연필 교실, 인물 스케치 등 취미 삼기 좋은 커리큘럼으로 채운 ‘우리들교실’과 전문가 과정이 포함된 ‘학습과교육’, 컴퓨터 교실과 카페 사업단 등 제2의 인생을 찾아 사업을 하도록 돕는 ‘사회적경제사업단’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5월 세부 시간표는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02 누구나학교 http://nuguna.suwonedu.org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배움 플랫폼. 특이하게 원하는 누구나 강의 내용을 정해 강사가 될 수 있다. 지식, 재능, 경험, 삶의 지혜 등 살면서 쌓인 유·무형의 지적 자산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으며, 배움을 원하는 사람 누구든 수강생이 될 수 있는 열린 학교다. 강의를 개설하는 사람에 따라 커리큘럼이 달라지니 홈페이지를 꼭 참고하자. 현재 계획된 5월 커리큘럼은 성악 교실(5월 1일~29일,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12시).

03 전성기캠퍼스 www.junsungkicampus.com

라이나생명의 사회 공헌 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이 50대 이상 장·중년층을 위해 운영하는 문화센터. 설립 전 해당 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문과 인터뷰 등을 통해 진짜 그들이 원하는 꿈과 희망을 배울 수 있도록 맞춤형 커리큘럼을 짠 것이 특징. 자신을 알아가는 수업인 ‘발견학’, 함께 배우고 즐기는 ‘같이학’, 재능을 나누는 ‘나눔학’, 새로운 도전을 돕는 ‘도전학’ 등 목적에 따라 4개 학부로 나뉜다. 무엇보다 커리큘럼이 다양하고 알찬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와인 수업이나 생각 정리 기술, 시 쓰는 법, 막걸리 먹는 법 등 다양한 범주를 넘나든다. 수업은 무료이나 일부 수업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자.

Tip ‘전성기캠퍼스’의 5월 주요 프로그램

• 니하오, 여행 중국어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총 4회), 수강료 1만원
• 漢詩, 고전의 향연을 느끼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30분 (총 4회), 수강료 1만원
• BBC 선정 100대 영화 읽기 Best 5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총 4회), 참가비 1회 2,000원
• 펜 일러스트 로케이션 드로잉 5월 10일~7월 26일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참가비 3만원
• 전성기 삼봉클럽-여행을 테마로 한 책 읽기와 글쓰기, 스마트폰 영상 편집 수업 5월 10일~8월 9일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총 9회), 수강료 5만원(재료비 별도)
• 열정의 와인, 제대로 느끼기 5월 12일 오후 2시, 참가비 2,000원, 재료비 1만원
• 우아한 손글씨 캘리그래피 5월 16일~6월 27일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총 6회)
• 돈 걱정 더는 재테크, 2017 부자 되는 시간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30분 (총 4회), 수강료 1만원

<삶과 인간을 꿰뚫는 통찰력 얻기, 인문학>

인간을 이해하고 지혜를 습득해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은 역사, 철학, 예술 등 인문학을 공부하면 가능하다. 인간은 현재와 미래를 읽기 위해 과거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인문학은 인간의 지성으로 쌓아온 과거를 훑는 학문이다. 몇 해째 지속되는 인문학 강의를 들을 기회도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인문학 강의는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고, 수강료가 비교적 저렴해 초심자에게 적합하다. 이를 통해 더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심화 수업이나 관련 서적 등을 찾아보며 지식의 범위를 확장하자.

01 오마이스쿨 www.ohmyschool.org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깊이 있고 재미난 인문학 강의를 선보이는 온·오프라인 배움터, 오마이스쿨. 그리스 3대 비극 등 그리스 신화를 통해 서구 문명의 뿌리를 찾는 ‘김헌의 철학 수업’이나, 소크라테스, 존 로크 등 법학 고전으로 민주주의의 의미와 역사를 좇는 ‘조국 교수의 철학 수업’, 동양철학에서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김시천 강의’ 등 동서양의 철학을 통해 현재 우리의 자리를 짚어보는 철학 수업은 물론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 등 유럽의 유명 작가 이야기를 따라 떠나는 ‘강신주의 유럽 문화 기행’, 한국 인문학의 자존심인 김수영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등 인문학 전반에 걸친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들 수업은 수강료가 있으나 오마이스쿨 안에 무료 수업도 따로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02 아트앤스터디 www.artnstudy.com

인문학과 미학 등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사이트. 노자, 스피노자, 니체, 라캉, 들뢰즈, 지제크 등 주요 철학가의 사상을 공부하거나 고대 철학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그리스어 수업까지 갖추었다. 무료 강좌의 수준도 훌륭한 편. 대중문화와 성, 인문좌파, 정치학부터 시인 함민복이 들려주는 시 이야기나 다윈의 진화론 등 인문학 전반에 대한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삶을 다른 차원으로 바꿔주는 마법, 예술 공부하기>

양질의 공연과 전시 등을 관람하다 보면 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작품을 해석하고 싶고 이해하고 싶어진다. 예술 관람자에서 적극적인 해석자 또는 주체가 되는 것도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멋진 일이다.

세종예술아카데미 http://academy.sejongpac.or.kr

국내 최정상 예술가의 무대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사람에게 적합하다. 시민의 예술적 교양 수준을 함양하기 위해 합리적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이 1년 내내 이어지기 때문. 오페라, 건축, 미술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양질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세종예술아카데미’, 문화·예술과 경영을 결합해 사회 공헌 기회까지 마련한 세종르네상스 심화 과정, 기존 예술가의 역량을 강화하고 창의력 증진을 돕는다는 취지로 마련한 ‘예술가 역량 충전 아카데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매해 학기별로 진행하므로 수강하고픈 강의가 있다면 개강 시기를 기억해두어야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비교적 고가인 만큼 신규 강좌 오픈 전 학기 개괄 내용과 더불어 일부를 체험할 수 있는 미리 보기를 진행하니 이를 활용해 수강 여부를 결정하자. 이미 오픈한 강의를 듣고 싶다면 반드시 전화(02-399-1606)로 가능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특정 공연에 대한 정보와 감상법 등을 소개하는 특강도 있어 연계해서 보면 좋다.

세종예술아카데미 2017년 봄 프로그램

• 히든 보이스 ~6월 20일, 매주 화요일 낮 12시(총 12회), 수강료 30만원
• 정오의 클래식 ~6월 14일, 매주 수요일 오후 12시 5분(총 12회), 수강료 20만원
• 아주 특별한 사진 수업 5월 10일~6월 14일,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수강료 15만원
• 정오의 음악회 ~6월 1일, 매주 목요일 오후 12시 5분, 22만원
• 지역 문화로 보는 미술 이야기 ~6월 15일,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수강료 33만원
• 클래식 플러스 5월 11일~6월 1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수강료 16만5,000원
• 영화와 오페라 ~6월 16일,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수강료 22만원
~6월 16일, 매주 금요일 오후 12시 5분, 수강료 20만원
•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미리 만나보는 화려한 프랑스 관현악의 진수 5월 15일, 낮 12시, 수강료 1만5,000원



EDITOR 유나리 PHOTO SHUTTERSTOCK